삿대울 굴참나무
조재훈 작 / 박남식, 이원하 낭송
삿대울 굴참나무 아래에
말이 매었네.
녹두장군님 곰방대 불붙이고
한숨 돌리는 동안
희뜩희뜩 저승 소식처럼
눈발 날리네.
장마루꺼정 서너 마장
하마루꺼정 너댓 마장
이인역꺼정 십리
걸어서 한 시간.
경천 성재 밑에 진치고
황토재, 비사벌 휘몰아
와 와 몰려온 진달래 함성
하늘 땅 흔들어
예꺼정 달려서 왔네.
한 패는 북쪽으로 해서 이인으로 빠져나가고
한 패는 주비로 해서 우금치로 치달아 가고
산자락 감돌아 돌아가는 샛길 따라
궁궁을을 시호시호 부재래지 시호로다
죽창 들고 조선낫 들고
꿈틀꿈틀 기치창검 하늘 찌르네.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죄없는 처자식 맞아죽고
살길은 일자무식 오직 죽는 수 밖에 없는
핏빛 샛길
그 끝에 마냥 희안한 햇살이 울거나
그 끝에 도란거리는 저녁밥상이 올거나
삼례에서, 정읍에서
볏골에서, 줄포에서
강물처럼 나와 몰려든 저 배고픔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하다가는
개벽천지 새 세상 보지 못하나니
곰배팔이도, 청맹과니도
대대로 땅만 파먹던 농투사니도
밥의 평등과 밤의 자유와
땀의 미래를 믿으며
우르릉 우르릉 천둥 되어 달려서 왔네.
텃굴 건너 삿대울
굴참나무야
한오백년 살아볼거나
세상은 노상 강한 자의 편,
밥 없는 세상에 법이 되어
한오백년 살아볼거나
으흥으흥 말울음 들리네
매어 있는 땅울음 들리네
녹두장군님 활활 타는
푸른 눈빛 보이네
우금치 코 앞에 둔
잠 못 이루는 칼날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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